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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도 (글로 돌아보는 삶 돌아보기)

삶의 지도

글또를 준비하면서

삶을 돌아보고자 한다.

내 삶에서도 글을 키워드로 두고 써보려고 한다. 글에 관해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어릴 적 삶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작가 로알드 달 자전적 이야기를 쓰듯 내 얘기를 써보고자 한다.

초등학교

초등학교 학교 대표로 글쓰기 대회에 나갔다. 독서 독후감 대회로 지정된 책 3권에 관한 글을 쓰면 되는 대회였다. 토요일 어느 초등학교에 모여 대회가 진행되었다. 난 마지막까지 남아서 글을 마무리 지었는데. 모두 글을 미리 다 준비해 와서 외운 내용을 적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글쓰기 시작한 내가 제일 늦었다. 당시 감독관 선생님이 끝까지 남아 있는 나를 보고 나 같은 학생이 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나는 상 받지 못했다. 당시에 상 받지 못한 걸 아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워서 글 쓴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개학 날 하루 전날, 일기를 써야 했다. 방학에 일기 밀려 써서 개학하기 하루 전날에 밀린 일기를 써야 했다. 일기를 써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 방학마다 일기를 써야 했다. 당시 나에게 일기는 숙제이자 해야 하는 일이었다. 밀린 읽기가 잘 써질 일이 있나, “다 좋았다"로 끝나고, 짧고 얄팍한 글로 가득했다. 누군가 내 일기를 읽는 것이 은연중에 싫었다. 그래서 일기를 멀리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이후로 적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일기는 숙제였기 때문에 일기 숙제가 없어지자 자연스럽게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중학교

글짓기 대회가 싫었다. 학교에서 기념일이 되면 항상 글 쓰기 대회가 열렸다. 특히, 각종 행사가 많은 5월에 연달아 대회가 열렸던 것 같다. 한번은 과학의 날을 맞이한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주제로 글 써야 했는데. 너무 쓰기 나머지 제출 시간까지 불평하다가 왜 이런 대회를 해야 하는지 불평 가득한 글로 가득 채운 날도 있었다. 2. 어학원에서 글쓰기를 배우다. 중학교 당시 우리 지역에서 혹독한 일정으로 유명한 어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매일 단어 테스트, 원어민 수업, 자체 스피킹 프로그램, 그리고 영작 수업을 매주 뺑뺑이 돌리는 학원이었다. 많은 수업 중에서 영작 수업이 인상적이었는데. 문단 별로, 문단 내에서 문장 간 구조를 알려주었다. 첫 문단에 후킹한 내용을 적고, 주제를 밝힌 다음에 이를 뒷받침하는 문단은 2~3개로 구성하며 뒷받침 문단에서는 주제문, 설명 혹은 예시, 다시 주제문으로 끝나는 구조로 써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으로 들은 글쓰기 수업이자 구조적인 글쓰기에 관한 마지막 수업이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후에 들은 대부분 글쓰기 수업은 구조보다 문학적 글쓰기 수업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 남는 수업 중 하나로 문학 수업이 있다. 시와 소설을 읽고 평을 쓰는 수업이었다. 아들과 아빠의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고 각자 쓴 글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감성적이고 문학적인 비평을 듣고 선생님이 분석적 스타일로 쓴 내 글이 궁금하다며 발표해 보라고 했다. (당시 학교에서 내가 냉소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였나보다..) 하지만 내 글을 꽤 휴먼적인 내용이었고 발표를 마치고 모두가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정적이 흘렀다. 국어 선생님이 정적을 깨고 정말 좋은 글이라고 감동적이라는 멘트로 칭찬해 주었다. 그 해 나는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시점부터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흥미가 생겼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이때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대학교 (1학년)

재수 생활 중 쪽집기 입시 선생님이 나를 문헌정보학으로 인도했다. 고등학교 활동이 글쓰기 상 수상, 도서부 활동으로 꽤 문헌정보학과에 어울리는 활동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입시를 준비하면 처음 알게 된 문헌정보학과에 들어오게 되었다. 대학을 와보니 글을 잘 쓰는 대학 동기들이 부러웠다. 어휘력이 좋았고 표현력이 좋아 보였다. 반면 내 글은 밋밋했다. 글쓰기 과제가 있을 때마다 나는 좌절감을 느꼈다. 내 글이 한심해 보였다. 대학에서 글쓰기 교과목에서 “스티븐 킹의 글쓰기”를 읽었다. 그 책에서 한 가지만 기억 남는다. 스티븐 킹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로 소설을 한번 쓰고 서랍에 묵혀두고 몇 달이 지나서 교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남에게 평가받는 것과 원리가 같다. 이 방법은 나도 가끔 써먹는다. 미리 글을 쓰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그 글을 읽으며 퇴고하면 한층 더 나은 글이 완성된다. 스티븐 킹은 묵혀두는 기간에 짧은 소설을 많이 썼다는데. 그렇게 쓴 단편 소설도 정말 재미있다.

##군대 글을 잘 쓰고 싶어 훈련소에서 글을 좀 써보려고 노트와 볼펜을 챙겨갔다. 군대 훈련소에서 시간은 대부분은 대기 시간이다. 반나절 사격 훈련이 있다고 해도 실제 내가 쏘는 시간은 5분이나 될까…. 대부분 시간은 쉬는 시간이기에 남는 시간에 할 것도 없으니, 글이라도 쓰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막상 노트를 열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훈련소에 있으면 사람이 바보가 되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글을 쓰려면 생각이 담겨야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어휘력 부족을 느끼고 군대에서 다독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전역할 때까지 총 100권 읽었다. 소설과 사회, 과학 서적을 각각 1권씩 번갈아 가면서 읽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잘 정도로 정말 열심히 읽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그때 읽은 책을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문단 정도라도 짧게 책에 대한 소감이라도 적어둘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는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엄두도 못 냈다.

인턴 / 직장

프로그래머도 설명 잘해야 한다. 신생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며 느낀 점 중 하나이다. 생각보다 코딩하는 시간은 적다. 대신 개발자는 다른 파트와 조율하고 동료에게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동료가 해결 못 하는 에러를 설명해야 한다. 모두 누군가에게 말로 전달하는 일이다. 특히, 일을 시작할 때 어떤 식으로 설계하고 구현할지 상사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이때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날 프로젝트 초기 계획을 설명하는데. 사수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설명을 잘하지 못하구나. 내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해 미리 글로 표현해야 했다. 그렇다. 다시 글쓰기가 중요하다.

취준.

취업을 준비하며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블로그든, 영상이든 나를 기록하고 그때 그때 그 과정과 그 때 내 생각을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자소서나 이력서를 쓰자니 늦었다. 무엇을 했고, 그때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글이 필요하다.

현재.

요새 어떤 식으로든 글로 남길려고 한다. 7~8월에 기술 블로그를 작성하며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서 내린 결정과 과정을 기록했다. 머리 속으로 떠다는 생각을 적어보기도 한다. 글을 쓰자. 글을 쓰자.